<동네 한 바퀴> 자꾸만 걷고 싶다 – 충청남도 공주시
- 2025.09.18 16:45
- 8시간전
- KBS

충청남도 서부 내륙권, 산세와 금강 물줄기를 품에 안은 백제의 옛 수도 공주 천년 고도 문화재에서 오는 고즈넉함과 젊은 감성의 생기가 공존하는 그곳엔 삶의 자취를 따라 난 ‘길’이 있다.
선선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저마다의 방식으로 무르익어가는 사람들을 보기 위해, 337번째 여정은 충청남도 공주시로 향한다.
원도심의 한옥 거리를 걷던 동네 지기. 소쿠리 가득 밤을 까고 있는 노부부를 우연히 마주했다. 공주 알밤을 넣어 만든 ‘알밤한우육회’를 만든다는 부부, 한결같은 맛을 위해 매일 손수 까서 쓴다는 알밤과 엄선한 한우, 수제 고추장만을 사용해 맛을 낸다. 어려서 부모님을 여의고 “밥만 먹여주면 뭐든 하겠다”는 마음으로 정육 일을 시작했다는 남편 유택희(82) 씨와 역시 일찍 부모를 여의고 홀로 자란 아내 김자경(72) 씨. 시장 안 작은 정육점을 번듯한 식당으로 만들기까지 두 사람은 오롯이 서로에게 의지하며 살았다. 예나 지금이나 함께여서 행복하다는 부부. 그들의 인생이 담긴 한상을 맛본다.
끝없이 늘어선 비닐하우스 안에서 탐스럽게 열린 멜론을 수확하고 있는 젊은 농부를 만났다. 서울에서 번역회사를 운영하던 김현웅(37) 씨는 점점 발전하는 인공지능에 밀려 결국 사업을 접고 귀농했다. 아버지에게 멜론 농사를 배운 지 올해로 3년 차, 특유의 사업가 기질을 농산물 유통과 판매에도 발휘한 덕분에 농장 매출이 2~3배로 뛰었다. 그래도 아버지 눈엔 아직 초보 농부, 처음엔 ‘워라밸’없이 일만 시키는 아버지에게 반기도 들었지만, 이제는 농사로 돈 버는 재미에 휴일도 반납할 정도로 진심이 되었다. 티격태격하면서도 아버지를 닮아가는 아들의 귀농일기를 들여다본다.
오후 2시가 되면 상인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일제히 나와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춘다. ‘믿어도 돼유, 청소했슈, 고마워유, 마음을 다했슈’라는 의미의 ‘미소고마’ 캠페인이다. 처음엔 방문객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함이었는데 지금은 시장 식구들이 즐기는 시간이 되었다. 여기에 산성시장에서 자체 운영하는 라디오 방송은 따뜻한 이야기와 경쾌한 음악으로 활력을 더하고 있다. 유쾌·발랄·해학이 넘치는 산성시장 사람들을 만나본다.
울창한 솔숲 사이 ‘시나브로 치유길’을 따라 걷다 보면. 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충남의 자랑스러운 문화재이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마곡사’가 모습을 드러낸다.
속세를 벗어나는 첫 번째 관문 ‘해탈문’ 너머에는 고려시대에 지어진 ‘오층석탑’과 마곡사의 본전인 ‘대광보전’, 그리고 독립운동가 백범 김구 선생의 은거지 ‘백범당’까지 만날 수 있다.
밤나무 가지가 늘어진 담장 안, 예쁜 정원을 구경하다 누비저고리를 만드는 이귀숙(66) 씨를 만났다. 한땀 한땀 손바느질로 만든 저고리와 두루마기, 각종 식탁보 등이 작품처럼 걸려 있는 내부는 갤러리인 듯 보이는데, 음식을 만들어 대접하는 공간이기도 하단다.
밤낮없이 누비에 몰두하던 41살에 유방암 3기 판정을 받은 그녀는 항암치료를 하면서 산에서 채취하고 밭에서 길러 만든 음식으로 몸과 마음을 치유하기 시작했다. 직접 키운 기러기가 낳은 알로 부침개를 만들고 조미료는 일절 쓰지 않고 제철 식재료로 맛을 낸 27가지 반찬, 그리고 마치 수를 놓듯 예쁘게 만든 12가지 ‘꽃정과’ 디저트는 음식보다 작품에 가깝다. 자신이 알게 된 자연치유밥상을 사람들에게 대접하면서 또 다른 길을 찾게 됐다는 이귀숙 님의 꿈과 열정을 맛본다.
가을에 더 빛나는 감성여행지 충청남도. 그중 자전거 타기 좋은 ‘비단가람온길’을 따라 도착한 ‘제민천’. 물고기가 보일 정도로 맑은 물길 너머 아기자기한 상점과 벽화가 동네 지기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충남 공주를 대표하는 시인, 나태주 님의 「풀꽃」 시를 음미하다 풀꽃문학관으로 발길을 옮겨보는데, 나태주 시인을 만나는 행운이 찾아왔다.
나태주 시인에게 공주는 “날마다 돌아가 안기고 싶을” 정도로 위안을 주는 “마음의 땅”이었다. 마당 가득한 풀꽃만큼 충청남도 공주시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나태주 시인과 세상 사는 이야기를 나눈다.
수확의 계절, 가을의 문턱에서 아름다운 길들을 따라 돌아본 충청남도 공주시, 아름다운 길 위에서 저마다의 빛깔로 영글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9월 20일 토요일 저녁 7시 10분 편에서 공개된다.
- 출처 :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