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기획창> '공백 : 지역 의료 실태 보고'

  • 2025.12.16 09:42
  • 9시간전
  • KBS

서울과 비수도권의 인구 천 명당 의사 수가 2배 넘게 차이 날 정도로 의료 격차가 존재하는 대한민국. '지역·필수·공공의료’는 이재명 정부의 보건의료 분야 핵심과제다. 누구나 알지만 풀지 못해 미뤄져 온 숙제다. 그 사이 의료 기반은 가장 약한 고리인 지방 농어촌 시군에서 먼저 무너지고 있다.

KBS 은 ‘지역 의료 실태 보고-공백’ 편을 통해 인구 3만 안팎의 군(郡) 단위 의료 실태를 취재했다. 또 일본의 지역의사 제도 실태와 대안 가능성을 모색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부상자들이 가장 먼저 후송됐던 병원, 진도한국병원. 지역 응급의료기관인 이 병원은 지난 9월 초부터 격주로 밤 10시에 문을 닫는다. 의정 갈등으로 공보의가 차출되고, 의정 갈등 과정에서 사직했던 전공의들이 수도권 병원에 속속 복귀하면서 응급실 당직의를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취재팀은 이 병원이 응급실 문을 닫는 밤 10시부터 아침 9시까지 진도의 응급 상황을 밀착 취재했다. 진도의 응급환자들은 격주 밤마다 50km 넘게 떨어진 해남과 목포로 이송됐다. 지역 응급의료가 무너지는 한 단면이다.

충북 보은의 한 병원은 지난 8월 응급실 당직 의사 3명이 한꺼번에 그만뒀다. 의정 갈등 과정에서 사직한 전공의들이 이 병원에서 근무하다가 수도권 수련병원으로 복귀했기 때문이다. 전공의 복귀가 수도권 병원에서는 정상화 과정을 뜻하지만 비수도권 병원에선 공백으로 이어진 셈이다. 이 병원에선 다른 병원에 소속된 의사들을 ‘당직 알바’ 형식으로 채용해 응급실을 운영하고 있다. 의사를 구하기 어렵고 인건비는 치솟으면서 운영할수록 적자인 응급실의 운영구조, 군 단위 의료 취약지 병원들이 무너지면서 권역 응급의료센터에 더 많은 환자들이 몰리는 악순환, 이로 인한 응급 의료 체계의 붕괴를 우려하는 현장 의료인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지역 의료의 한 축인 공공의료원의 사정도 만만치 않다. 중단된 분만 기능을 살리고, 야간 소아과를 운영하며 고군분투하고 있는 영월의료원. 병상 가동률을 높이고, 출산과 산후조리까지 공공 모델을 제시하고 있지만 여전히 공공의료원의 적자는 피할 수 없다. 지역에서 공공의료를 이끌고 있는 서영준 영월의료원장과 정년퇴직 후 영월에 온 조승연 전 인천의료원장이 말하는 지역 의료의 현실, 대안을 전한다.

지역에 의사가 부족했던 일본은 2008년 지역정원제를 도입했다. 의대 신입생 가운데 일정 비율을 선발해서 장학금을 주고 졸업 후에는 특정 지역에서 의무 복무하도록 하는 제도다. 은 의대 정원의 20%를 지역정원제로 선발하고 있는 일본 시마네현을 취재했다. 의대 졸업 후 의무 복무 약속을 모두 지키고, 또 의무복무 기간이 끝나고도 75%가 지역 의료 현장을 지키고 있었다. 이런 성과에는 지역 의료 중요성을 강조하는 시마네 의대, 또 의사들의 커리어 관리와 정주 안착을 위해 지원하는 일본 자치단체와 의료계의 세심한 시스템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의료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지역에서 10년간 의무 복무할 의사를 뽑는 '지역의사제' 법안이 의료계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의료계 반발 속에 갈 길은 멀다. 또 실제 현장에 배치되기까지는 10년 넘게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때까지 비수도권 병원을 지키는 일부 의료진의 헌신과 희생만으로 지역 의료가 버텨나갈 수 있을까? 그 공백은 누가 메워야 할까?

오늘(16일) 밤 10시 KBS1TV ‘공백-지역 의료 실태 보고’에서 그 해법을 모색한다.

  • 출처 :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