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한 바퀴> 떠나본다, 서울 여행 – 서울특별시 서촌
- 2025.07.11 09:20
- 4시간전
- KBS

경복궁 서쪽 동네, 서촌. 조선의 임금이 머물던 경복궁과 국가의 최고 행정 기관인 청와대가 인접한, 명실상부 오랜 세월 권력의 중심지였다. 하지만 그 옆에는 실핏줄처럼 얽힌 골목과 거리마다 켜켜이 쌓인 역사와 예술의 이야기가 있다. 328번째 여정, 이번 여름은 서울 여행 1번지, 서촌으로 떠나본다.
서울의 주요 관광지를 하나로 잇는 ‘서울 시티투어 버스’. 승차권 한 장이면 종일 자유롭게 타고 내릴 수 있어, 서울을 여행하는 이들에게 든든한 ‘이동형 가이드’가 되어준다. 특히 개방형 이층 버스를 타고 바라보는 도심 풍경은 또 다른 묘미. 이 여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서울 여행의 첫걸음을 내디뎌 본다.
조선시대 지적도에 가까운 골목길 구조를 지금까지 간직하고 있는 서촌. 그 골목 안, 살림집으로 쓰이는 오래된 한옥을 개조해 운영 중인 철물점이 있다. 이곳의 주인은 서촌에서만 40년을 장사한 이른바 ‘서촌 터줏대감’, 양동태 사장님이다. 한옥이 많은 동네 특성상 수리할 게 생기면, 알음알음 찾아온다는 이곳. 오랜 세월, 주민들과 일상을 함께해온 덕에 서촌 골목의 살아있는 생활사 박물관이 되어버렸단다. 세월 따라 맛을 내는 묵은지처럼, 동네 철물점에 담긴 감칠맛 넘치는 이야기를 만나 본다.
서촌의 구불구불 미로 같은 골목을 걷다 보면, 문득 눈길을 끄는 오래된 한옥을 만나게 된다. 마치 ‘외할머니 댁’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식당. 대문 안으로 발을 들여놓으면 구수한 곰탕 끓는 냄새가 코끝을 간질인다. 22년 전, 한옥이 마음에 들어 장독대 자리에 직접 가마솥을 걸고 장사를 시작했다는 조양화 사장님. 서촌 골목 깊은 곳, 곰탕 한 그릇에 담긴 진한 모정을 맛본다.
서촌 골목을 걷다 보면 마주치는 동네, 누하동. 평범한 주택처럼 보이는 집 창문 너머로 아기자기한 고양이, 강아지 인형이 인사를 건넨다. 이곳은 박정은 씨가 운영하는 양모펠트 인형 공방. 3년 전, 서촌에 직접 협소주택을 짓고 공방을 연 그녀는 사실 14년 동안 방송작가로 살아왔었다. 숨 가쁘게 돌아가는 방송 현장을 떠나, 문득 멈춰 선 순간 양모펠트를 만났다는 정은 씨. 느린 공간, 서촌이 건네는 시간이 주는 위로를 만나본다.
우리나라 역사와 전통의 멋을 만날 수 있는 경복궁. 작년 한 해 외국인 관광객만 203만 명 이상이 다녀갔을 정도. 바로 옆에 자리한 서촌은 외국 관광객들에겐 필수 코스. 그래서 다양한 국가의 음식을 파는 가게들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그런데 우리에게도 낯선 북아프리카 튀니지 가정식을 12년째 선보이고 있는 음식점이 있다.
더 놀라운 건 이곳의 주인장이 튀니지인이 아닌 ‘토종 한국인’이라는 것. 튀니지를 제2의 고향이라 말하는 이지혜 사장님. 단순히 음식을 파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사랑하게 된 튀니지를 한국에 소개하고 싶어서 튀니지 가정식 음식점을 열었단다. 북아프리카에 자리한 튀니지는 멀고도 낯설지만, 마늘과 고추를 즐겨 쓰는 식문화 덕에 의외로 한식과 통하는 맛이 있다. 덕분에 고향의 맛을 그리워하는 튀니지인뿐만 아니라, 한국인까지 세계인을 불러 모으는 특별한 공간이 됐다는 이곳. 비행기표 없이 즐기는 튀니지 미식 여행, 서촌에서 떠나본다.
서촌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을 꼽으라면, 단연 수성동(水聲洞) 계곡이다. 뒤로는 인왕산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고, 앞으로는 경복궁이 펼쳐지는 명승지답게 양반들이 더위를 피해 풍류를 즐기던 조선의 핫플레이스였다. 염소 뿔도 녹인다는 대서(大暑)를 맞아, 수성동 계곡에서 한여름의 더위를 식혀 줄 풍류 한마당이 열렸다. 산세 좋은 계곡 풍경 속에서 울려 퍼지는 대금 소리, 더위를 쫓는 민화 그림까지. 이십사절기에 맞는 세시풍속을 고스란히 즐기며 과거와 현재를 잇는다는 서촌 주민들. 그들만의 피서 방법을 통해 풍류를 함께 만끽해 본다.
조선시대에는 경복궁 후원이었으며 역대 대통령의 집무실과 관저로 사용된 청와대. 오는 8월, 일반 관람객들에게도 개방되었던 청와대가 다시 문을 닫을 예정이라는 소식에 전국 각지에서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마지막 관람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아쉬움 속에 입장 대기 줄만 해도 200m. 하루 2,000명 이상의 관람객이 찾는 탓에 개방 시간 전부터 '오픈런'을 감행하는 방문객까지 등장했다. 다시 한번 전환점을 맞이한 청와대, 그 역사적인 현장 속을 걸어본다.
청와대 옆에는 40년째 같은 자리를 지켜온 동네 빵집이 있다. 청와대를 이웃으로 둔 만큼 단골도 특별하다. 9대 대통령 취임식 케이크부터 역대 영부인들까지. 청와대 사람들이라면 제빵 경력 54년의 유재영 씨가 구운 빵을 한 번쯤은 맛봤을 정도라고. 일흔을 넘긴 지금도 직접 빵을 굽는 이유는 18살에 상경할 당시, 잃어버린 남동생과 언젠가는 다시 만나게 되리라는 희망이다. 간절함과 사람을 향한 진심이 담긴 빵에서 그 따끈한 마음을 맛본다.
서울 한복판, 격변하는 세상 속에서 잠시 숨 고를 틈 주는 ‘서울 촌 동네’ 서촌의 풍경은 7월 12일 토요일 저녁 7시 10분 편에서 공개된다.
- 출처 : KBS